전 서울 태생입니다. 역마살이 끼었는지 첫 대학은 포항에서, 군대는 철원에서(백골!), 첫 직장은 제주에서.. 그러다 다시 '육지'로 컴백한지 이제 3개월 접어들고 있네요. (제주에선 제주 바깥 곳을 '육지'라 부르죠^^;)

제주에서 4년 동안 살면서 제주 뉴스를 즐겨보곤 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은 밤 9시에 MBC 틀면 엄기영 앵커가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하죠(아 벌써 작년 이야기이네요). 그러나 지방에서는, 특히 제주도에서는 9시 20분에서 25분 쯤에 중앙방송이 딱 끊기고 제주 뉴스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시작합니다.

"첫 소식입니다, 감귤 가격 파동이.."

"비상품 감귤 출시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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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생각없이 이러한 '땡귤뉴스'(9시 땡 하면 감귤뉴스)에 익숙해 졌었는데, 이에 심각히 회의감을 품게 된 건 싱가폴에 출장 갔었을 때였습니다. 싱가폴.. 국제 자유도시로서 이미 오래전부터 기반을 다져온 도시 국가이지만 우리나라와 직접적인 관계는 약한 편이고 그리 큰 관심도 없었는데요, 직접 가서 겪어보니.. 호텔에서 본 TV의 뉴스부터 달랐습니다. (싱가폴 국영방송이었던 것 같아요)

"오늘 인도에서는 뭐가 발생하고.."

"한국에선 노무현 대통령이 누구를 예방하며.."

"일본에서는 뭐가 어떻고.."


'아 얘넨 진짜 글로벌하게 노는구나' 생각이 퍼뜩. 그러나 싱가폴을 모델로 국제 자유도시를 미래상으로 그리고 있는 제주도는.. 영어마을 만들고 '동북아 미래를 여는 국제 자유도시'로 탈바꿈한다 선언했지만, 제가 겪어 본 4년은 '땡귤뉴스'가 전부인.. 너무나 로컬한, 글로벌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이었습니다. 영어몰입교육을 하던 영어마을을 하던 전혀 쓸모가 없지요.
(제주도를 폄하하는게 아닙니다. 푸른 협재 바다는 정말 거기서 살고 싶었던..)

어제 드디어 이명박 대통령이 총선용인지 영어몰입교육 포기를 선언했는데요(맨날 오해라 하니 참;;),

영어몰입교육 폐기? "온 국민이 물 먹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47&aid=0001939594

인수위 시절부터 시작해서 이명박 정부는 자꾸 숲이 아닌 나무, 그것도 나무의 잔 가지만 보는 느낌입니다. 너무 skill에 집착한다고 할까요. 전국민이 오륀쥐 발음하고 영어몰입교육으로 영어 skill을 키우면 뭐합니까, 글로벌 마인드 여건이 안 되잖아요. 대운하 팔 수 있는 skill이 있으면 뭐합니까. 그런 국가적인 사업을 통해 대한민국이 어떤 미래상을 그려 나갈지 전혀 보이지가 않는데 말이죠.
(대기업 창업주 생가 관광간다는게 가장 인상 깊었던..;;)

잠깐 얘기를 돌려 본업인 웹기획자 입장에서.. 옛날의 아이러브스쿨 모델을 계속 연구하고 사용성 키우고 글로벌화를 추구했다면 지금의 facebook은 없었겠지요. 싸이월드가 연예인을 활용한 프로모션에 치중할 때, 그 전 단계부터 글로벌화를 추구했다면 myspace는 과연 존재했을까요? 우리나라가 문화대국으로서, 강소국으로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분명 글로벌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자꾸 잔가지만 논의되는 느낌이네요.

처음에 영어몰입교육을 왜 생각하게 됐는지, 그 본질이 무엇인지.. 깊은 성찰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5년 내내 2mb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겠죠.
Posted by 트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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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영어몰입 백지화’ 진심일까?

    Tracked from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한 나라를 꿈꾸며 2008/03/21 13:21  삭제

    ‘영어몰입 백지화’ 진심일까? 인터넷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영어 몰입교육 백지화’를 선언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대통령 선거기간 동안 국어와 국사도 영어로 수업을 해야 한다던 이 대통령이 교육부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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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해손 2008/03/21 19: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아시죠? ㅎㅎ

    요즘 근대화 책을 읽고 잇는데.
    우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는 것 같아요.
    민주화도 되었고, 자본주의 세계에서 살면서 약간 부유함은 얻었다고 말할 수 있지만.

    피 속에 흐르는 그 무언가는 아직 없는 상태.
    그래서 "영어몰입교육"이라는 대책없는 말이 튀어나오고.
    그래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식민사상에 빠져사는 거겠죠.

    가끔 너무 우울한 민족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2. BlogIcon 트람 2008/03/23 09: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오랜만이에요~ 링크나우에서 쪽지 봤었어요^^ 그 우울함을.. 밝고 밝게 바꿔보아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