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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할 때 후딱 썼는데 많은 분들이 보시네요. 글 보강했습니다)

포털에서 근무할 때, 포털의 작은 요인(사라진 인기검색어, 권리침해신고로 삭제된 토론 글과 댓글 등)이 나비효과처럼 진화하면서 큰 '오해'로 발전하는 경우를 많이 봐 왔습니다.

최근 네티즌들에게 많은 '오해'를 사고 있는 네이버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사실 네이버도 촛불시위가 벌어질 때마다 메인에 탑뉴스로 계속 띄워주고 있었고, 정부를 비판하는 논조의 기사들(경향, 한겨레 등)을 전면 배치한 경우도 꽤 목격했거든요. 그러나 위에서 말한 작은 요인과 몇몇 큰 요인들이 뭉쳐 구르는 눈덩이처럼 점점 커지더니, 이젠 오해가 오해를 낳는 상황이 되자 오늘 드디어 긴급 공지를 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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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박스 밑에 녹색 Bar로 띄워진 공지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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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문 제목


네이버 '오해' 공지 글 원문
http://www.naver.com/naver_notice.html

포털에서, 인터넷에서 네티즌이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은 굉장히 많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오해를 계속 풀어줄 수 있는 '감성 운영'도 가능한 것이 사실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오해가 쌓이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것이고, 차선책은 바로바로 풀어주는 것이며, 그 단계마저 지났다면 제대로 풀어주면 될텐데 말이죠.
네이버에서 '오해'를 낳았거나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점 몇 가지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현행 법으로 생기는 '오해'가 꽤 있습니다. 인터넷 여론과 포털에 재갈을 물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때문에, 포털에 'OO의 글이 제 권리를 침해하고 있습니다'라고 권리침해신고가 들어오면 포털은 해당 글을 30일 동안 블라인드 처리할 수 밖에 없거든요.

참고 : 권리침해신고 규정 관련
http://cs.daum.net/redbell/right/libel_noti.html

30일 내에 이 글이 정말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지 심사하여, 완전 삭제하던지 복원시키든지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만, 말이 좋아 '블라인드 처리'지 30일동안 게시글이 안 보인다는 것은 삭제나 다름없습니다. 오늘 벌어진 촛불시위 관련 글과 댓글을 썼는데 만약 30일동안 지워지면 그 글은 생명력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될테니까요.

따라서 관련 법규에 따라 포털이 기계적으로 일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정부 측에서 권리침해신고를 세게 넣을 경우 다 블라인드처리 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네이버 뉴스 댓글 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유로운 공간인 블로그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겠지요. 하지만 결국 법을 운용하고 집행하는 주체는 사람입니다. 이런 권리침해신고 과정을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사무적으로, 법대로만 처리하려 든다면 유저들은 신뢰할 수 없는 권리침해 신고자나 법을 욕하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를 욕하게 되겠지요. (때에 따라선 살짝 살짝 버텨주는 맛도 필요할텐데 말이죠)

두번 째로, 위의 네이버 공지대로 '욕설이 들어간 글을 삭제할 것'이란 내부 지침이 있다면, 네이버의 블로그 글과 댓글을 관리하는 직원은 기계적으로 검색하여 이런 글들을 삭제하거나 요주의 키워드가 담긴 게시물 리스트를 백오피스에서 모니터링하며 휙휙 삭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굉장히 잘 쓰여진, 공들인 글임에도 본문 중 '씨BAL' 하나 때문에 글이 삭제될 수 있다는 얘기지요.

네이버 측은 "규모가 크니 어쩔 수 없다" 얘기하지만 진짜 외압이 아니라 그런 욕설 때문에 삭제하는 것이 맞다면, 그럴 수록 관리 규정을 대폭 완화시키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그 욕설 때문에 기분 나쁜 사용자가 "나 네이버에서 씨BAL이란 말 봤어. 아이 기분나빠. 네이버 이용 안할래", "우리 아이한테 보여주면 안되겠네"가 타격이 클까요, "네이버! 정치 글을 함부로 막 지우다니!"가 타격이 클까요.

진짜 오해 사기 싫다면, 그런 관리 규정은 완화시키거나 정말 똑바로 관리해야 합니다. 어짜피 모든 욕설, 반사회적인 글을 다 지울 수 없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어요. 글의 값어치를 제대로 판단하여 단지 욕설 하나 때문에 글이 삭제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지요. (아니면 네이버가 진정 욕설없는 인터넷 세상을 꿈꾼다면 맞춤법 검사기 두고 맞춤법 통과된 글만 등록되게 positive 방향으로 바꾸던가요. 그럼 'ㅋㅋㅋ'도 등록이 안되긴 합니다만;;)

세번 째로, 약간 짜친 이야기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공지 글 제목 센스에 대한 야그입니다.

'최근의 오해에 대해 네이버가 드리는 글'

전 정말 저 문장 봤을 때 '헉~' 했네요. 네이버를 오해하는 많은 네티즌들이 싫어하는 그 분 입에서 매우 자주 나왔던 단어, 그래서 진저리가 나는 단어인 '오해'. 저 오해란 단어 때문에 네이버와 그 분이 오버랩되는 건 저 만이 아닐 겁니다.

다른 수 많은 단어도 있고, 다른 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는 공지 글 제목을 '최근의 오해'로 달아버리다니.. 인터넷 수많은 컨텐츠에서 '제목'이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음은 네티즌도 알고 운영자도 알고 있을텐데 저렇게 제목을 달다니요. 벌써 절반은 깎아 먹고 들어가는 겁니다.

끝으로 네이버의 뉴스 편집에 대한 '오해'가 있는데요, 네이버 측에서 중립을 얘기하고 있고 저도 그동안 쭉 봤습니다만 확실히 정부 입장만 대변하거나 조중동 기사만 줄창 올리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글을 보신 네티즌 분들이라면 이 점은 네이버를 이해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조선일보의 경우 취재력 자체는 매우 좋은 편이라서, 논조가 좀 거시기 함에도 불구하고 정보 전달을 위해서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을 테고요. ("MB가 1만개의 촛불 배후세력을 물어보더라" 같은 얘기는 조선에서 처음 나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요컨대, 규모가 크니 어느정도 기계적으로 일할 수 밖에 없음은 이해합니다만 "우린 법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ㅠ.ㅠ", "개인적인 블로그 글 정말 지우기 싫은데ㅠ.ㅠ", "실시간 인기검색어는 진짜 자동!!" 이런 진정한 속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감성적인 운영으로 얼마든지 이를 살짝 살짝 드러내고 미리 유저들에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2003년엔 로고 옆에 '대한민국 No.1 검색포털', 2004년 말부터는 '대한민국 No.1 포털' 식으로 속마음을 살짝살짝 잘 드러냈으면서 말이죠)

정말 움직이기 힘든 공룡.. 등에 뭐가 달라붙었는지, 누가 내 발을 물었는지 느끼지 못하고 둔하게 움직이다가 오해 살만 한 제목으로 공지 글을 딱 내놓는 상황. 네이버는 이번 기회로 속마음을 살짝이라도 터놓고, 제대로 컨텐츠 관리하고 감성적인 운영으로 네티즌을 대하면 좋겠습니다.

PS. 여담입니다만 부산 K중 살인사건 때가 생각납니다. 2005년, 부산 K중학교에서 한 학생이 친구를 살해했는데 가해자의 미니홈피 주소와 얼굴 사진이 인터넷 곳곳에 퍼졌던 사건이죠. 그래서 꽤 많은 사이트들이 고생했는데요(현행법상 범죄자라 할지라도 개인정보 침해를 방치하면 서비스 사업자가 걸립니다), 웃긴대학과 마이클럽 등은 가해자의 사진이 담긴 게시물을 삭제하면서도 사용자에게 호소하는 공지 글로 위기를 무사히 넘겼던 걸로 기억합니다.

반면 네이버는 똑같이 게시물을 삭제하면서도 지나치게 사무적으로 대응/운영하여 많은 어린 네티즌들의 공분을 자아냈고 갖은 억측과 괴담에 시달렸던 적이 있었지요. 지금도 별반 다른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비슷한 맥락의 관련 글 링크 :

파란닷컴과 깨진 유리창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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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절도사건과 김형중 형사님, 그리고 올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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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블로그 사태로 본 기업들의 웹2.0시대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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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트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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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jumpcut.tistory.com BlogIcon 점프컷 2008/06/12 20: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 공지는 좀 의외입니다. 트람님이 지적하신 글 제목 부터, 내용도 다소 딱딱하고 센스가 많이 부족하네요.

    네이버가 수익극대화를 위해서 무리하는 부분이 많지만 네티즌들의 감성을 읽어내는 능력은 탁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공지글 누가 적었는지 오히려 역효과를 볼만한 글이네요^^;

    오해라는 단어부터가 2MB 후~렌들리한 어휘인데^^;

    • Favicon of http://itagora.tistory.com BlogIcon 트람 2008/06/12 23:13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성 운영이 부족해서 이런 '오해'를 더 사게 됐고, 그런 '오해'를 풀기 위한 방법도 썩 좋아 보이진 않고.. 정말 점프컷님 말씀대로 2MB 후~렌들리한 제목 보고 다들 기겁하지 않았을까요? ㅎㅎ

  2. Favicon of http://myidcat.tistory.com BlogIcon 방안퉁수 2008/06/12 21: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흐흐 네이버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해요. 네이버가 성공한게 한국어 인코딩(eur-kr)이라는 특수성에 빌붙은 바에 크죠. 그래서 구글과 야후를 따돌릴 수 있었고...망조의 조짐은 자사의 네이버 블로그로만 검색 상위에만 올려놓기 시작했을때죠.(한 3년전부터던가요?) 기존의 웹페이지들은 싸그리 무시한 채...검색상위에 불로그 그담은 지식검색. 허허 기막힌 폐쇄적 상업성에 황당한 마음이 충격적이었더랬습니다. 전화모뎀시절부터의 초기 인터넷 유저들이라면 그 누구나 분개했을겁니다. 인터넷의 기본 정신/인터넷이 그 무엇을 자발적 원동력과 자양분 삼아 발전할수 있었는 지를 알고 있으면서 그런짓을 한다면 그건 '범죄'나 다를바 아니죠.

    그나저나 블로그로 컨텐츠의 심화가 얼마나 이루어질수 있던가요? 하하하 망해야 쌉니다. 블로그로 처음에 씨이 미니홈피마냥 코뭍은 돈 뜯어 장사해보려고 시도 잠시 해보던 그 순간에 이미 썩고 탐욕스럽기 그지없는 하나의 추악한 기업에 불과하다 여겼더랬습니다.

    그런 (기업이념도 없고 신조도 없는) 기업은 망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해요.

    • Favicon of http://itagora.tistory.com BlogIcon 트람 2008/06/12 23:17  댓글주소  수정/삭제

      엄청난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어낸 것까진 좋았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무리를 했죠. 지금도 한국의 웹 생태계를 멋지게 이끈다는 느낌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 숲속얘기 2008/06/12 23: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이버도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것에는 동의하지만... PC통신 이후로.. 한국에 인터넷이란게 뭐 있었나요. 결국 다음, 네이버, 싸이 밖에 안남은건 편한것과 엔터테이먼트적인 컨탠츠를 좋아하는 대한민국 유저들의 습관 때문이죠. 개발자인 저조차도 홈페이지를 버젼3.0까지 운영하다가 싸이가 더편해 이동해버렸는데요...

  3. Favicon of http://blog.naver.com/lemocin BlogIcon 토이솔저 2008/06/13 05: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어제 올라온 네이버 공지를 보고 정말 깜짝 놀랐더랬습니다.
    상당수의 누리꾼들로부터 '막장' 소리까지 듣는 그들인데.
    해명 글을 올리다니... 상당히 어이가 없었죠.
    트랙백 하나 걸고 갑니다. :)

  4. Favicon of http://infobox.tistory.com BlogIcon 리카르도 2008/06/13 21: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이버 또 삽질하네요.. 가만있으면 욕이나 덜먹는데..

  5. 2008/06/23 21: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itagora.tistory.com BlogIcon 트람 2008/06/26 01: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말투보고 알았어요 강oo님..ㅎㅎ 잘 지내시죠?! 좋은 피드백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서울 온지 벌써 6개월 다 되어 가는데 한번 뵈어요(__)